부부일기_vol.15 걱정,기대,설렘,두려움을 마음에 나란히 두었다.
부부일기_vol.15 ------------ 걱정 기대 설렘 두려움을 마 음 에 나 란 히 두 었 다 ------------ 걱정, 기대, 설렘, 두려움을 마음에 나란히 두었다
어제저녁이 되어서야 그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이틀 연속 케이터링과 우리가 매번 신경 쓰는 나눔 파티가 겹쳐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그였다
세시가 되어서야 그와 함께 서로의 첫 끼로 김밥과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저녁에는 맛있는 거 먹자며 그는 돈을 내밀었다 이틀 동안 그가 벌어온 돈 함께 일할 땐 아무 생각 없었던 그 돈이 이제는 그 앞에 한없이 작아지게 되는 나를 보게 된다 눈치 빠른 그는 그 돈은 온전히 우리 맛있는 거 먹는 걸로 다 쓰자며 어느 때보다 밝게 웃어주었고 나는 속으로 허투루 쓰지 않겠다 다짐했다
저녁이 되었고 우리는 버거를 주문해 먹으면서 그에게 열댓 가지 질문을 했고 그는 그때 왜 그랬는지 상황 설명을 상세히 해주었다 다시 그는 내게 되물었고 나 역시 마찬가지로 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렇게 서로를 챙길 수 없었던 정신없는 며칠 동안의 실타래가 풀려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
가족이라는 것, 나로 인해 그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.. 내가 늘 듣는 말로 너 참 남편 잘 만났다고 하는 것들이 그 역시 마찬가지로 들을 수 있게 행동해야 됨을.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을 버려가면서까지 가면을 쓸 수는 없다고 다짐해본다.
그리고는 이내 11월의 계획들을 얘기하며 걱정, 기대, 설렘, 두려움을 마음에 나란히 두었다
마지막 주 월요일, 오늘은 그가 온전히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방문이 열리기도 전에 그에게 먼저 다가갔다 나와 보미가 지긋이 그를 만지며 나지막이 말했다
"여보 사우나 다녀와. 푹 쉬었다 12시에 같이 밥 먹어야 되니까 그때까지 와요. 그래야 피곤이 조금 풀리지"
이내 왜 이렇게 잘 해주냐며 좋아하는 그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졌다 선식에 목욕용품을 싸주며 오늘만 나눌 수 있는 조금은 이른 아침 인사를 했고 나는 홀로 집안 일과 아이와 함께 또 하루를 시작했다 그가 쉴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다. ------------------------ ;부부일기는 부부0325의 진솔하고 소소한 삶의 이야기 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