부부일기_vol.10 나의 가을은 이렇게 여전히 뜨겁고 아름답게 저물어간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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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부일기_vol.10 ---------- 나의 가을은 이렇게 여전히 뜨겁고 아름답게 저물어간다 ---------- 부부0325에서 손님께 내어드리는 감자에서 고구마로 바뀌게 되는 것은 가을이 시작됨을 말해준다 아픈 허리를 뒤로하고 봄, 여름 내내 벌레들의 시끄러운 노랫소리를 벗 삼아 가꾸어내는 아빠의 작은 텃밭에 올해 드디어 빨갛고 못생긴 고구마가 얼굴을 내밀었다 모양은 너 닮아 못생겼는데 맛은 괜찮을 거야 올해 첫 수확한 고구마니까 직원들하고 나눠먹어 손님들께 내어드리는 건 다시 또 캐서 보내줄게 고구마가 너무 비싸다는 지나가는 말을 가슴에 품으셨던 모양이다 여전히 딸, 사위 걱정으로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시는 아빠가 못내 마음이 걸린다 지난번의 고춧가루도 할머니가 하나하나 다 닦아내 볕이 제일 잘 드는 곳을 찾아 말려서 걷어내고 직접 방앗간에 가셔서 끝날 때까지 그 앞을 지켜 내게 고춧가루를 내밀며 곱디고운 소녀 같은 웃음을 보여주셨던 나의 할머니 할머니 이제 힘들어서 내년엔 못 해줄 것 같아.. 라며 되려 미안해하는 모습이 바빠서 고구마 캐러 가기 힘들다는 내 투정에 허리가 아프다면서 밭에 나가 고구마를 캐는 아빠의 모습이 겹친다 나의 가을은 이렇게 여전히 뜨겁고 아름답게 저물어간다 자식 낳아보면 부모 마음 알 거라지만 나의 부모가 힘든 것도 알면서도 여전히 내 자식 앞에서만 부서질까 다칠까 걱정인 이기적인 내가 한없이 죄송한.. 아침에 보내준 사진 속 아빠의 빨간 고구마가 오늘 내내 눈앞에 아른거린다 고구마도 자기가 혼자 알아서 컸다고 생각하겠지? 마치 내 모습처럼.. -------------------- ;부부일기는 부부0325의 진솔하고 소소한 삶의 이야기 입니다.